중국 군함이 지난 한 해에만 우리 관할 해역에 330회 넘게 진입했던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중국 군함은 한중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PMZ)뿐 아니라 순수 한국 EEZ도 넘나들었다. 서해 구조물 설치 등 중국의 서해 내해(內海)화 전략에 따라 한국 관할 해역에서의 활동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군함의 우리 관할 해역 진입 횟수는 지난해 330여 회였고, 올해 들어서도 4월 중순까지 100회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관할 해역은 연안국이 주권 또는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구역으로, 영해·배타적경제수역(EEZ) 등을 말한다. 국제법적으로는 공해이나 외국군 함정이 진입하면 해군의 감시를 받게 된다.
중국 군함은 우리 영해를 침범하지는 않았지만, 영해와 근접한 우리 EEZ까지 사전 통보 없이 넘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은 중국 군함이 EEZ에 진입할 경우 레이더로 추적·감시했으며 영해에 근접했을 때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대응했다고 한다. 중국 군함은 남해와 서해의 EEZ를 가장 많이 넘어왔고, 동해도 다수 넘나들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진입한 대다수 군함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본부를 둔 북해함대사령부 소속 구축함·호위함 등이었다. 북해함대 잠수함도 우리 관할 해역에 진입했던 것이 포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군함의 우리 관할 해역 진입 횟수는 2017년 약 110회였지만, 이듬해인 2018년 230회로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대만 해협 긴장감이 커지던 시기다. 2019년엔 290회에 달했으며 이후 2022년까지 200대 수준을 유지하다 2023년 360회로 대폭 증가했다. 202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여는 대관식 성격의 당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선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연설을 하면서 서해상 중국 군함 훈련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해를 한반도 유사시뿐 아니라 대만 해협 위기 상황까지도 고려한 전구(戰區)로 상정하는 것으로 군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 해군에는 수년 전부터 서해 동경 124도의 서쪽으로 넘어오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경 124도는 한중 서해 연안의 중간선보다도 동쪽이고 일부 수역은 우리 순수 EEZ도 포함된다. 국제법상 근거도 없이 중국이 일방적으로 자체 ‘작전선’을 그은 것이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은 “해군참모총장이던 2013년 중국 해군사령원(한국의 해군참모총장 격)이 초청해 중국에 갔는데 그때도 중국 측이 회담 후 독대 자리에서 ‘동경 124도 서쪽으로 넘어와 해군 작전을 하지 마라’고 했다”면서 “이에 즉각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최 전 의장은 “중국이 서해를 자신들의 내해로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선란 1·2호, 고정 구조물도 이대로 두면 그 수역이 다 중국의 손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우리가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